<가족관계증명서>에 ‘가족’개념

대동보를 만들며 <가족관계증명>를 볼 때 마다 배우자와 1촌 관계만이 기록되기 때문에 이상했다. 이에 따르면 나의 형제자매는 내 가족이 아니며 나의 손자 손녀도 나의 가족에서 제외된다. 이런 것이 어찌 나의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서류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가족관계증명서에 발급대상자의 형제는 기재되지 않으므로 형제가 나오셔야하는 경우 부모님기준으로 신청해야 합니다.”이것이 동회 창구의 안내문이다. 그렇다면 형제는 나의 가족은 아니고 부모의 가족만이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현행법은 우리의 가족을 어떻게 규정하는 지를 민법학자에게 물어 민법 779조를 알게 되다. 여기서 가족의 범위는 두 가지로 정의된다. 함께 살든지 살지 않든지 가족인 경우와 함께 살아야 가족인 경우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다. 이 규정은 우리가 발급받는 <가족관계증명서>에서의 가족 개념과 분명히 다르다. 동일한 법체계에서 ‘가족’개념을 이렇게 다르게 사용해선 안 될 것이다.

법체계의 일관성문제는 제외하더라도 가족관계를 1촌에 한정하여 발급하는 현행 <가족관계증명서>는 논리학에서 말하는 이른바‘결합의 오류’나 ‘분할의 오류’의 함정을 지닌 문서다. 즉, 부분의 성질을 전체의 성질로, 또는 전체의 성질을 부분의 성질로 그릇되게 판정하는 오류 말이다. 형제자매를 제외하고 손자손녀도 가족으로서 증명할 수 없다는 문서를 어찌 가족관계증명서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가족의 개념은 지엽말단적인 개념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개념이다. 이 핵심이 분열되는 핵폭발은 그 사회의 붕괴에도 큰 영향을 준다. 공문서에 나타난 가족의 의미는 법적인 효력에만 한정될 수 없다. 가족관계증명서는 우리들의 의식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한층 더 깊은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를 비롯해 현대인들이 가족 공동체를 잃고 고독과 절망에서 방황하는 정도가 심하여 사회 해체의 위험을 경고하는 현시점에서, 1촌 관계 증명서를 <가족관계증명서>로 둔갑시켜 발급하는 것은 문제다.

가족을 1촌에 한정하여 얻는 것은 무엇인가? 행정상의 편의, 2촌 이상의 가족을 제외시킴으로서 얻게 되는 개인차원의 일시적인 위로나 이익을 줄 런 지 모르나, 장기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의 공익을 추구해야하는 법의 정신에는 위배될 것이며 이름과 사실이 일치해야 한다는 정명(正名)의 정치에도 배치된다.

요컨대, 필자는 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현행 민법 779조에 따라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하라는 의견이다. 그렇게 하려면 이름과 사실이 일치하도록 가령, 1촌 관계 증명서’또는 ‘일부 가족관계증명서’로 이름을 바꾸든가 아니고 ‘가족관계증명서’라는 이름을 계속사용하려면 민법에 규정된 범위를 포함하는 가족관계를 기록하여 발급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가족>을 강조하는 글까지 넣어 발부하는 국가기관의 서류에서 가족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사용하게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2013년 5월 5일

                   이 초식 (수안이씨 종사편찬위원장, 고려대 철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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